1. 내가 독학학위제 선택한 이유
어느날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힘들어서 직장을 그만 뒀습니다. 시간이 생기니 학위에대한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유하도 생각해보고 직장인 전형으로 국내대학 진학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뭐가됐든 걸릴 시간을 생각하면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독학사로 1년 안에 학사학위를 따는것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2. 나만의 학습비법과 노하우
3단계 합격 후 4단계 계획을 세우는데 상당히 막막했습니다. 관련 업계 종사자였다지만 출제 범위도 워낙 광범위하고, 시험에서 다루는 내용이 매우 low level 한지라 현업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면서 다뤘던 내용과 별로 겹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대학교에서 각 과목에서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전공서적들 위주로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공부량이었습니다. 각 과목당 정공서적 하나만 고른다 하더라도 4권의 대학교에서 쓰이는 전공서적은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2~3달 남짓한 시간에 이 많은 양에서 어떻게 필요한 부분만 추려낼 것인가가 관건이었습니다.
상황이 특수하니만큼 전공과목들을 상당히 unorthodox 하게 공부 한 편입니다. 모두 번역본이 아닌 영문 원서로 공부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술관련해서는 영어로된 terminology 가 익숙하고, 또한 모든 번역이 그렇다지만 특히 기술분야 쪽은 번역과정에서 오히려 직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어떤 언어를 더 잘 하느냐에 상관 없이 번역을 거치기 전의 원서가 대체로 오히려 더 읽기 수월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각 전공서적의 공부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책머리에 있는 목차에서 안읽어도 되는 파트들부터 추려냈습니다. 독학사 홈페이지에 공지된 시험범위와 비교해보고, 시험범위에 포함되지 않으면 제외하는 식이었습니다. 예를들자면 네트워크를 공부할때 Data Communications And Networking 이라는 책으로 공부했는데, 6.2 Spread Spectrum 파트는 독학사 출제범위에 포함돼있지 않으니깐 안읽어도 되겟군 하는 식으로요.
안읽어도 되는 파트를 추려내더라도 여전히 공부해야할 양은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음 전략을 세운건 복습할 때 정말 최소한의 중요한 부분만 읽을 수 있게끔 최초 한번 읽을때 꼼꼼히 읽고 최소한의 중요한 부분만 체크해놓는 것이었습니다. 최소한의 의미는 한 문단에서 제일 중요한 한 단어만 체크해 놓고, 복습할때 그 한단어만 보고 해당 문단의 나머지 내용을 연관지어서 다시 기억해 낼 수 있을 정도의 최소 입니다. 전공 서적은 인터넷에서 pdf 버전을 받은 다음, 아이패드 에 저장해서 Adobe Acrobat Reader의 하이라이트, 메모 기능들을 활용하면서 공부했습니다.
또다른 문제는 선택한 전공책에 없는 독학사 출제범위 였습니다. 이 부분은 위키피디아로 공부했습니다. 예를들어 컴퓨터시스템구조 과목의 경우 microcode 가 출제범위에 포함돼있었습니다. 근데 제가 찾아본 결과는 microcode을 다루는 책은 커녕 어떠한 학부과정 학습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계적으로 대학교 학부과정에서 공통적으로 가르치는 분야라면 활발한 커뮤니티가 있는 법인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도 쪽 자료만 조금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인도랑 한국에서만 가르치는모양&129335♂) 이런 경우는 microcode 위키피디아 페이지를 시작으로 쭉 읽어보고 관련 문서로 링크를 타고 들어가서 또 읽어보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국어
iMBC 국어 4단계 수험서로 공부했습니다. 1단계보다 쉽다는 (잘못된) 정보를 듣고 1단계때 75점이니깐 60점은 넘겠지~ 하는 마인드로 공부했다가 이렇게됐습니다.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집중적으로 공부한 부분은 하나도 안나왔습니다. 뭐가나왔는지 기억도 안나고요. 객관식을 보면 아시겠지만 4지선다형의 25%. 활률의 찍기와 한두개 아는문제 푼 점수입니다. 4단계 국어는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영어
기본 실력으로 보았습니다. 사실 시험이 상당히 쉽게 느껴져서 고득점을 기대했는데 점수를 보니 주관식에서 절반이나 틀려서 조금 놀랐습니다. 실수가 있었던건지 아니면 잘못된 정답에 확신을 가진건지는 독학사에서 문제 오픈해야만 알수 있을것 같습니다.
컴퓨터 시스템구조
Digital Design and Computer Architecture 2nd Edition
Computer Organization and Design MIPS Edition
위 두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다행히 시험이 쉽게 나와서 합격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공부할때 가장 어려웠던 과목입니다. 프로그래머로써 실제로 현업에서 거의 접할 일이 없었던 분야입니다. 책을 2권이나 본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상당히 practical 한 과목이다 보니 특성상 ad hoc 식의 개념이 많아서 직관적이지 못했던게 어려웠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자료구조
Introduction To Algorithms 이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한번 쭉 읽어본것이 도움이 되긴 했지만 책만 놓고 보자면 사실 출제범위랑 별로 겹치지도 않고, 이 책에서 시험문제가 많이 나온것도 아닙니다. 프로그래머로써 원래 알고리즘을 잘 알고있던 터라 반은 기본 실력으로 보았습니다.
운영체제
Operating System Concepts 이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이 책은 워낙 OS 쪽으로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책이다 보니 독학사 시험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이 책의 영향을 많이 받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스템 개발 경험으로 OS의 경우도 원래 기본 소양이 있는 편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책을 과거에 한번 판 적이 있어서 쉽게 공부한 것 같습니다. 위 책을 한번 읽어보는것만으로도 충분히 합격 가능할 것 같습니다.
컴퓨터 네트워크
Data Communications and Networking 이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시험이 어렵게 출제됐다고 느끼지는 않았지만 주관식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 것 같습니다. 한문제당 10점씩 4문제니 네트워크에 대해 아무리 많이 안다고 하더라도 그 광범위한 출제범위에서 주관식에서 모르는문제만 골라 나오면 얄짤 없는것같습니다. 주관식에서 Goback-N 시스템의 패킷 손실률을 계산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0을 하나 안붙이는 바보같은 실수를 하는 바람에 10점을 우선 깎아먹었고, 네트워크 공부할때 절대 나올리 없을거라 생각하고 넘어갔던 B8ZS 가 나왔었습니다.
3. 후배들에게 전하는 이야기
제 공부방법을 모두에게 추천하는것은 아닙니다. 제가 위와같은 공부방법을 택한 이유는 저는 13년동안 전공 공부를 쭉 그런 식으로 해왔기 때문에 제 원래 공부 스타일에 맞춰서 독학사 학업계획을 짰기 때문입니다. 제가 택한 공부 방법이 효율적이라곤 말 못하겠지만 덕분에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던것같습니다. 자신만의 스타일에 맞는 공부방법을 찾아서 열심히하면 누구든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사실 iMBC 를 구매한 이유는 국어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공 과목 수험서도 한번 쭉 보긴 했습니다. 좋은 수험서인것 같지만 제 공부 스타일에 맞지 않았고, 몇가지 오류도 발견했습니다. 당시에는 그냥 넘어갔는데 이렇게 수기를 작성할 기회가 생긴 김에 일부만 다시 찾아서 공유해봅니다.
* 컴퓨터시스템구조 134쪽 ALU 승산기의 구조 그림 - 승수와 피승수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피승수를 shift left 해야하고 승수를 shift right 해야 합니다.
* 컴퓨터시스템구조 181쪽 연관사상 - 연관사상을 설명할때 영어명을 associative mapping 이라고 적혀있는데 정확한 이름은 fully associative mapping 이 되어야 합니다. 그냥 associative mapping 은 set associative mapping 과 fully associative mapping 을 아우르는 말이 됩니다.
* 컴퓨터 네트워크 53쪽 동축 케이블 - RG-75 가 아닌 RG-59 로 표기되어야 합니다. RG-59 의 저항이 75옴 이어서 작자가 헷갈리신것 같아요
* 자료구조 204번 10번문제 - 문제에서 이진탐색트리의 높이의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나타내시오~ 라고 적혀있는데 바로말하자면 높이가 아닌 탐색 시간으로 물어봐야 합니다. 정답을 보면 asymptotic 으로 표기되어있는데 트리의 높이를 asymptotic 으로 표현할 수는 없습니다,
한번 봤을때 제가 아는것만으로도 객관적인 오류들만 이정도였으니 통계적으로 오류가 많을것 같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을것 같은 설명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에 좀더 신경쓰면 더 좋은 수험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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